내가 써온 장비들 - 일렉트릭기타展 제 1관 -
처음 기타를 잡았던 15살 즈음이었으니 어언 인생의 절반 가까운 세월 동안 기타와 함께 했습니다. 기타를 잡은 경력은 얼마 안되고 실력도 비루하지만 잡아봤던 기타들이 꽤 많이 생각납니다. 그간 접해왔던 기타들을 추억하기 위해 글로 남기면 좋을 듯 하여 이 글을 남깁니다. 개인 회고록 격으로 남기는 글이라 글투가 살짝 짧을 수 있습니다. 양해바랍니다.1. Swing Classic DC V
국산 메이커인 스윙사에서 나온 더블컷 어웨이 쉐입의 험버커기타. 내가 기타를 처음 시작한 것은 순전히 뉴메탈의 영향 때문이었다. 애초에 밴드 음악에 관심이 있던 편도 아니었고 그 전에 좋아했던 음악에는 그다지 취향이라는게 없었다. 귀에 좋게 들리는 음악이면 다 좋아했었는데 처음 뉴메탈이라는 것을 접하고 나서 나도 어떤 장르에 취향이란 것을 가질 수 있구나라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철없던 중학교 시절 부모님을 졸라 온라인으로 구매했던 기타이다. 처음에 왔을 때 어찌나 흥분되던지 사진의 컬러와 정확히 동일한 모델이었는데 그 때 동경하던 린킨파크의 PRS와 색상과 모양이 매우 유사하여 더 좋아했었다. 아마 저 색상은 와인 컬러였을 것이다.
린킨파크에 대해 첨언을 하자면, 지금은 전혀 이 쪽 장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지만 밴드음악에 입문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는 밴드이다. 보컬리스트인 체스터 베닝턴이 얼마 전 사망하였는데 더 이상 좋아하는 밴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가슴 한 켠이 하루종일 찌뿌둥했던 기억이 난다.
스윙에서 나온 30만원이 안되는 저가형 기타로 끝의 V는 이 기타가 생산된 지역인 베트남을 의미한다. 스펙시트 상에는 아마 마호가니로 되어 있었던 것 같은데 전혀 마호가니는 아니었다. 아마 마호가니의 저렴한 대체목인 샤벨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정확히 기억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벌써 보낸지도 꽤나 오래된 기타인지라. 험험 구조의 기타였고 무게는 마호가니 대체목 기타답게 정말 묵직했었다. 소리도 제법 묵직하게 잘 빠졌지만 안쪽에 기름으로 떡칠된 마감은 꽤나 실망스러웠다. 물론 당시 기타 퀄리티와 가격대를 생각하면 좋은 기타임에는 틀림없다. 리어 픽업을 디마지오에서 나온 톤존으로 교체하여 사용했었는데 제법 시원시원한 소리를 들려줬었다.
이 기타는 다음 기타를 구매하면서 사용빈도가 현격히 줄어 다른 분에게 보내는게 낫다 싶어 결국 입양을 떠났다.
2. Fender USA 62 Vintage Reissue Stratocaster OW
두 번째 기타는 지금 생각해도 정말 터무니 없이 업그레이드해버렸다. 고등학교 시절 공부를 하면서 음악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일이 많았는데 개중에 가장 동경했던 기타리스트가 존 프루시안테였다. RHCP를 정말 좋아했던 지라 자연스레 존프루시안테도 좋아하게 되었고 그의 기타에 관심이 생겼다. 게다가 당시에 에릭클랩튼, 존 메이어, 에릭 존슨 등의 펜더 스트랫 뮤지션들의 음악을 정말 많이 들었던지라 62를 사겠다고 마음 먹는데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내가 뭔가 엄청나게 만지지 않아도 내가 아는 그 소리를 내어준다는 점이 정말 좋았다. 리어픽업은 Can't Stop의 funky한 그 느낌을 그대로 받아주었고 프런트 픽업과 미들 픽업을 사용하는 2단에서는 정말 몽글몽글하게 굴러가는 존메이어의 사운드를 잘 들려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존 메이어의 기타도 60년대 기타를 기반으로 한 기타이다. 물론 픽업 사양은 다르지만) 게다가 정말 얇은 피니시 사양으로 나온 기타라 자연레릭이 쉽게쉽게 진행되었다. 굳이 인위적으로 까지 않아도 도장이 틱틱 나가서 사용하다보니 꽤나 멋진 모양이 되었다.
또한 이 기타는 상당히 추억이 많은 기타였다. 한달에 몇 푼 안되는 학창시절 용돈을 1년간 아득바득 모아 결국 구매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고등학교 시절 샀던 기타라 대학교 올라가서 치겠다고 부모님을 한참 설득해야하긴 했지만 조만간 단종된다는 이유로 미리 사겠다고 설득하니 마지못해 허락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당시로선 거금이었던 10년식의 최신식 기타를 구매하도록 허락해주신건 지금 봐도 정말 놀랍다. 하지만 부모님께서 공부를 해야할 나이에 기타를 만지는 것을 정말 싫어하셔서 침대 밑에 숨겨놓고 몰래 쳤던 기억이 난다. 다행히 방의 난방이 세지 않아 기타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때 구매해서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해서도 이 기타를 썼었던 만큼 정말 가장 오랫동안 가장 많이 썼던 기타였다. 또한 여자친구와 첫 공연을 함께 했던 기타이기도 하다.
이 기타 이후로 본격적인 장비 바꿈질이 시작되었다. 복학 후 대학 밴드 동아리 활동을 하게되면서 여러 장르의 공연 준비하다보니 매번 다른 기타가 필요했고 좀 더 파워풀한 기타를 원했기 때문에 떠나보내게 되었다. 그러나 정말 추억이 많은 기타였기 때문에 이 결정을 살면서 아직도 후회하고 있다.
3. PRS Custom 24
청록빛이 도는 Blue Matteo 색상의 정말 예쁜 기타였다. 요즘은 보기 힘든 Zebra 픽업 사양의 기타였기 때문에 아름다움은 더 배가되었다. 어릴때 부터 동경하던 PRS를 꼭 써보고 싶어서 이 기타로 마음을 정하는 데는 역시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시에 싱글컷모델과 고민을 많이 했었는데 마침 동시에 판매하시던 판매자 분이 있어 비교해보고 구매할 수 있었다.
고민하던 싱글컷은 07년식이었는데 #6 픽업이 장착되어 정말 강력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기타가 그렁그렁 댄다는 느낌을 유튜브로만 들어서 그다지 와닿지 않았는데 실제로 들어보곤 정말 감탄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다만 PRS Cu24 역시 HFS 픽업을 장착하여 그렁그렁이 될 뿐만 아니라 좀 더 넓은 음역대에서 좋은 밸런스의 소리를 들려준다고 판단했고, 멋진 외관과 가벼운 무게 때문에 한참을 고민하다가 이녀석으로 낙점했다.
이 기타를 팔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소리가 질려서였다. 사실 소리 자체는 정말 좋은 기타였다. 00년대 PRS역시 매우 훌륭한 만듦새를 자랑했고 픽업 역시 상당히 좋은 소리를 들려줬다. 실제로 남이 녹음해서 들려준 내 기타소리를 들어보면 내 연주에서 이런 소리가 나다니 하고 놀랄 정도였고 기타 자체가 연주하기도 무척이나 편했다. 특히 24프렛 특유의 하이프렛 연주는 마치 내가 하이프렛 연주를 잘하는 사람 처럼 느끼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 또한 어떤 장르를 갖다대어도 어울리는 팔방미인이기도 했다. 싱글 전환도 가능하여 싱글 픽업을 쓰는 음악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한 이유는 내가 연주하면서 듣는 소리가 재미없기 때문이다. 관객에게는 무척 훌륭한 소리를 전달해주지만 PRS는 연주자는 그다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묘한 무언가가 있다.
다만 정말 게인을 이쁘게 잘 먹는다. 빈티지한 크런치 게인이든, 메사 렉티파이어의 매섭게 차가운 모던 게인이든 정말 잘 먹어준다. 클린톤 사용빈도보다는 게인톤 사용 빈도가 높은 연주자에게는 이만큼 매력적인 기타도 없다. 요즘 나오는 85/15 픽업이 달린 PRS Cu24 모델도 좋지만 HFS 픽업이 장착된 Cu24도 꼭 한 번 써보길 바란다.
이 기타 역시 위에서 언급한 이유로 이별을 했다. 최근에 바꿈질한 기타중 유일하게 장르적인 이유 외에 다른 이유로 이별한 기타이다. 특색있는 소리를 들려주는 텔레캐스터를 써보고 싶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보냈다.
제가 써왔던 기타는 위에서 언급한 세가지 기타 외에도 몇가지 모델들이 더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다음 기타는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모델입니다.
글이 좀 길어지는 관계로 다음 글에서 이어나가 써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