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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hr Custom, 나만의 커스텀 기타를 오더해보자 -최종편-

빅브로오 2020. 1. 14. 16:25

이 기타를 받은지 거의 한 달이 다 되어간다.

한 달이 지난 뒤에야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기타를 제대로 느끼기에는

최소 한 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짧은 수령기 시작하겠다.

 

2019년이 거의 다 마무리될 시점인 지난달 말 무렵,

커스텀 오더했던 딜러로부터 드디어 고대하던 연락이 들려왔다.

 

장장 14개월 가량 걸려 드디어 오더했던 기타가 딜러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근처 회사에서 일하고 있던 나는 퇴근 후 지인과 함께 부리나케 딜러사에 찾아갔고

이것이 바로 내 14개월과 일정 금액의 계약금이 낳은 결과물이다.

Suhr Custom Classic T Antique

14개월간 애증의 기다림이 끝이 났다.

병원에서 자식을 처음 안아 본 부모의 마음에야 비할 바가 안되겠지만,

그런 비슷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내가 원했던 옵션이 모두 정확히, 제 위치에 들어가 있었다.

 

첫 인상은 '정말 완벽한 셋업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의 높이, 넥, 장력 등 뭐하나 빠짐없이 즉시 연주가 가능하도록 완벽하게 세팅되어 있었다.

딜러도 셋업이 필요 없는 상태라며 옆에서 거들었다.

 

심지어 프런트 싱글, 리어 험버커라는 다소 반항적인 옵션으로 인해

출력의 차이가 클까도 걱정했었지만 기우였다.

두 픽업 모두 제 소리를 내줄 수 있도록 이상적인 높이로 셋업이 되어 있었고

출력 차이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수준의 것이었다.

 

더블 바인딩 옵션이 적용된 Fiesta Red 컬러의 바디

나는 이 악기를 오더하면서 여러 측면을 고려했는데,

1. 우선 누가 보기에도 아름다워야 한다.

2. 나의 음악 성향에 맞는 소리를 내줄 수 있어야 한다.

3. 다른 악기와는 차별화 되어야 한다.

크게 이 3가지를 고려했다.

 

몇 가지 두드러진 옵션을 언급하며 이와 관련된 얘기를 해보자면,

 

우선 첫번쨰로 내가 가장 중시했던 옵션은 '더블 바인딩'이었다.

이 바인딩으로 1번과 3번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다.

개인적으로 정말 애정하는 존 프루시안테의 더블 바인딩 텔레에서 모티프를 얻어 600달러라는

말도 안되는 옵션 가격을 무릅쓰고 눈물을 머금은 채 주문했는데 대만족이다.

더블 바인딩이 들어간 텔레중 이런 유채색 단색 위주의 텔레캐스터는 흔하지 않다.

기존에는 펜더 커스텀샵 라인에서나 가끔 볼 수 있었으며 그나마 요즘

펜더 최상위 라인업인 American Original 60s 텔레에 적용이 된 편이다.

두번째로 내가 중요시 했던 옵션은 'Antique 옵션이었다.

1,2,3번 모두 고려한 옵션이다. 나는 락커 피니시를 정말 좋아한다.

일반적으로 우레탄 피니시보다 얇게 도장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두터운 피니시에 비해 트인 소리가 나온다고 느끼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 오더에서도 당연히 락커 피니시 옵션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러나 에이징 처리가 안 된 기타의 경우에는 우레탄 피니시가 적용되어 나온다.

그래서 에이징 처리 옵션을 선택했고 기왕 에이징 처리를 하는 김에

에이징에 대한 Suhr 나름의 해석을 보고 싶어 주문을 넣게 되었다.

역시 결과는 대만족이다. 사진 상에서도 볼 수 있듯 세심하게 실금처리를 해 놓았는데

마치 오랜 세월 함께한 악기라는 인상을 준다.

나는 이 실금 처리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더 높았다.

 

세번째로 내가 신경쓴 옵션은 어찌보면 큰 도전이었던 리어픽업 옵션이었다.

나는 2번과 3번 사항을 고려하여 리어픽업에 Thornbucker+ 옵션을 넣었다.

사진 상에서도 볼 수 있듯 크롬 커버의 쏜버커+ 사양을 오더했고

오더 시트지를 확인해 보니 정확히 내가 원했던 픽업이 들어갔다.

이 옵션을 넣기 전 나는 고민을 정말 많이 했는데

스트랫이나 텔레에 PAF 픽업이 들어간 경우를 유튜브를 통해 많이 들어봤는데

스트랫이나 텔레는 싱글이라는 통념과는 달리 정말 잘 어울렸다.

그래서 리어에 PAF 계열의 픽업인 쏜버커를 넣는 시도를 해봤고 결과는 대성공이다.

싱글의 뉘앙스가 살아있으면서도 동글동글한 빈티지한 느낌의 소리가 나는게 정말 매력있다.

아직 이런 사례가 많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나는 나 이외의 다른 사람도 이와같은 시도를 한다면 적극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Thornbucker는 해외에서 정말 싱글 뉘앙스도 잘 살려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푸쉬풀 전환 옵션도 같이 넣었는데 평가 그대로 싱글 전환 시에는 텔레 리어픽업의 뉘앙스가

그대로 살아있는 까랑하고 신경질 적인 소리가 난다.

약간은 멍청한 험버커 소리가 나겠지 반신반의했던 부분이 있었는데

Suhr는 보기좋게 아닌데?라며 거부해버렸다.

'PAF 픽업과 앨더바디 스트랫, 텔레 리어의 조합은 정말 사랑이다.'

쭉쭉 뻗은 나뭇결의 쿼터손 로스티드 메이플넥과 인디언 로즈우드 지판

마지막으로 고려한게 목재, 특히 넥에 대한 고민이었다.

나는 지난 글에서도 보시다시피 로스티드 메이플 넥의 열렬한 팬이다.

습도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매우 자유롭다는 점 때문에 특히나 더 팬이며

톤적으로도 잘 익은 메이플 넥에서 나는 소리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도 내가 로스티드 옵션을 좋아하는 이유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오더에서도 당연히 로스티드 메이플 넥 옵션을 선택했다.

역시나 결과는 대만족. 약간 강한 미들이 바삭하게 튀어나온다는 느낌이랄까

나머지는 인디언 로즈우드 옵션과 앨더바디의 전형적인 60s 텔레 스타일의 옵션을 선택했다.

 

전반적으로 옵션들이 내 예상과 적중하여 기분이 좋은데,

기타를 수천대 이상 생산한 Suhr의 경험이 오더자의 니즈를 정확히 캐치해 반영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전반적으로 매우 만족스럽다.

 

글을 마무리하면서, 이 글을 통해 내가 오더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얘기하자면

‘15개월 기다릴 자신 있는 것이 아니면 오더하지 마라.’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나는 위에서 내가 오더한 기타에 대한 만족감을 끊임없이 드러냈다.

 

그러나 1년이 넘는 기다림의 시간은 정말 보통이 아니다.

오더했던 시점으로부터 취향이 바뀌기에도 충분한 시간이다.

취향이 바뀐다는게 완전히 다른 취향으로 변하는걸 말하는게 아니다.

세심한 부분에 대한 만족 때문에 하기로 마음먹게 되는 커스텀 오더의 특성상

디테일에 따라서 기타의 애정도가 정말 판이하게 바뀌는데

1년이 넘는 시간은 세심한 부분에 대한 취향을 바꾸기에 충분한 시간이라는 말이다.

 

나는 이 기간동안 대부분의 시간은 기타와 보냈지만

오더 후 9개월이 넘어가는 시점에서는

곧 오겠지 하는 마음에 남은 계약금을 마련하고자

갖고 있던 기타를 모두 판매하고 기다렸었다.

그리고는 장장 5개월을 기타 없이 지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그동안 별의 별 생각이 다 들 것이다.

예상기간을 짧게 말한 딜러에 대한 원망부터,

무리해서 주문을 계속 받아 엄청 기나긴 웨이팅 라인을 만들어버린 빌더에 대한 원망,

그리고 기타가 뭐라고 큰 돈을 들여 기나긴 시간 고문을 자처한 자신에 대한 원망까지...

 

기타를 받는 순간에야 빠져나올 수 있는 일종의 정신 질환에 1년이 넘도록 시달려야한다.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을 견딜 자신이 있다면

정말 후회하지 않을 옵션을 고심을 거듭하여 고르고 다양한 선택지를 비교하여 신중하게 오더하길 바란다.

혹시나 오더와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을 통해 문의하시길.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확인하여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드리도록 하겠다.